코로나19로 이탈리아 전세기 투입 결정
코로나19로 이탈리아 전세기 투입 결정에 대한 짧은 생각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난리인 가운데 특히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유럽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동 금지령뿐만 아니라 항공기 운항마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애를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항공권 예약을 하고 나서도 취소되거나 스케줄 변경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어 혹시나 항공편이 취소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며칠전부터 이탈리아 한인회에서 전세기를 요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던 중, 어제 정부에서 이탈리아에 전세기 2대를 직접 투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우한, 일본 크루즈, 이란에 이은 4번째 정부의 전세기 투입이다.
대략 500여명이 전세기를 통해 귀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 청원에 전세기 투입 반대 요청이 올라와 있을 정도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이탈리아 전세기를 이용하는 경우
- 개별적으로 통상적인 수준의 항공운임 부담
- 탑승자는 대한민국 국적자를 우선으로 하되 좌석에 여유가 있는 경우 대한민국 국적자의 외국인 가족, 외국 국적 재외동포 등도 탑승할 수 있음
- 한국 도착 직후 탑승자 전원에 대해 3박 4일간 별도 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 실시
- 탑승자 중 1인 이상 확진시 탑승자 전원 14일간 임시 생활시설 체류
- 탑승자 중 확진자 없을시 14일간 자가격리
의 절차를 따른다고 한다.
여기에는 많은 우려와 의문들이 따라온다.
- 통상적인 수준의 항공운임은 과연 얼마인가
- 그 금액은 적정하다고 여겨질 것인가
- 전세기 투입에 정부가 자금 보전을 할 것인가
- 정부 자금 보전에 따른 세금과 건강보험료 재정의 문제는 없는가
- 결국 대한민국 국민의 세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세금도 납부하지 않았을(혹은 한국 내 가족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의무 없이 건강보험 혜택만을 받았을) 사람들을 위해 정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금전과 관련된 문제들이 일단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현재 한국의 상황이다.
- 근 두달간을 외부 출입도 자제하며 조심하던 생활에 다들 점점 지쳐가고 있고
-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인력, 공무원들, 기타 관계자들의 피로도가 엄청나게 누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자영업자들, 서비스직 종사자들까지 국내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누그러지고 있던 국내 확진자 수에 비해 최근 해외 입국자들에 의한 이른바 코로나 역수입 사태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다수의 입국자가 한꺼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가장 우려스럽고 그에 대한 현장 인력, 장비, 시설들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스럽다.
거기다 실질적으로 봉쇄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내는 전세기의 시작점이 되지는 않을지. 이탈리아에 한번 선례를 남기게 되면 이후로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영국 등 연쇄적으로 전세기를 요구하기 시작하지 않을까. 그에 대한 대응을 현재의 대한민국이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상태인가.
아직 유럽에 코로나가 창궐하지 않았던 시점, 한국에서 31번 확진자 이후로 신천지 이슈가 한창일 때, 현지 교민들이 우려를 표하곤 했었다.
- 한국에서 온 여행자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을 시, 현지 교민들이 받는 막심한 피해를 생각 해 달라.
- 이동하지 말고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모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등의 이유로 가급적 여행 자제를 당부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에 동의했었다.
나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때의 유럽 교민들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한다. '너는 되고 나는 안 되냐, 내로남불 하지 마라' 가 아니다. '역지사지' 의 마음이다.
가뜩이나 피로도가 극에 달해 코로나 우울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현 상황에서 날로 늘어나는 해외 확진자에 대한 두려움은 어쩔 수 없다고 보여진다.
전세기 투입은 이미 확정된 것 같으니 여기에 대해 굳이 반대나 찬성을 표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세기를 타고 오는 분들이 현재 이런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고 가급적 조용히 자가격리 잘하다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개인적으로는 공항까지 이동하면서, 공항에서, 전세기 타고 오면서 감염 위험이 더 높아 보이는데, 매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본인이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전세기 탑승은 다시 한번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에 걸렸을 때 한국에서 치료받는 게 더 낫다는 생각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탑승자 중 한 명이라도 확진 시 전체 인원 다 임시 시설에서 14일 격리라고 한다. 이에 대한 비용, 인력, 시설은 거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부터가 한 달 가까운 칩거 생활로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라 이 상황이 하루빨리 종결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