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방사수 예약 -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이 드라마를 본 건 정말 우연이었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그냥 습관처럼 틀어놓은 TV에서 마침 처음 보는 드라마가 시작하기에 채널을 고정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수위 높은 첫 씬에서 처음 당황하고, 높은 수위에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인가 한번 갸우뚱하고, 볼수록 빠져드는 쫄깃한 스토리에 감탄하면서 방송 내내 눈을 떼지 못하고 시청했다. 이태원 클라쓰로 나를 실망하게 만들었던 JTBC가 '너 나를 우습게 봤지?' 라며 어퍼컷을 날리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드라마 VIP와 비슷한 '내 남편의 불륜녀 찾기'가 주된 내용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불륜녀의 정체는 첫 화에서 바로 탄로 나고, 그로 인해 완벽했던 여자와 완벽했던 그녀의 가정이 점점 무너져 가는 모습이 앞으로의 줄거리가 될 듯하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이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어
서로의 인생을 섞어 공유하는 그 이름.
부부.
이토록 숭고한 인연이 ‘사랑’이라는 약한 고리로부터 기인한다는 것.
곱씹을수록 간담 서늘하다.
사랑은 무한하지도 불변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부부의 연을 맺으며 우리는 약속했었다. 너만을 사랑하겠노라고.
그러나, 약속은 버려졌고, 사랑은 배신당했다.
배신으로 시작된 증오 그리고 이어지는 서로를 향한 복수.
복수에는 응분 대가가 따르는 법.
복수란 상대뿐 아니라 자신까지 파괴하는 것이란 걸 알아야만 했다.
나 하나 부서지는 것쯤이야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다.
허나, 가장 소중한 것까지 잃게 될 줄은 몰랐다.
상대를 파괴할 만큼 증오한다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
이것은 죽을힘을 다해 서로의 목을 조이는 치열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드라마 홈페이지에 올라온 프로그램 정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때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완벽한 세계를 구축했던 한 부부의 파국을 천천히 조명할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선우는 능력 있는 의사와 현명한 아내의 역할을 모두 완벽하게 수행하는 슈퍼 우먼으로 그녀의 가정 역시 그린 듯이 완벽하게 화목하다. 특히 잘생기고 멋진 남편 태오와 여전히 신혼 같은 사랑을 하는 선우를 모두들 부러워한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남편 태오의 외도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엔 외도가 사실이었음을 확인하면서 선우는 급격하게 무너지고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복수를 결심하는데...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남편의 외도, 그 자체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합심해서 태오의 외도를 지켜주고 심지어 함께 해주었는데도 선우만 몰랐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 부부의 행복을 칭찬하고 부러워했다니. 선우 역시 남편의 외도 사실보다도 그들의 위선과 거짓에 더 놀라고 절망하지 않았을까. 선우를, 그리고 그들 부부를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 겉으로는 선우를 부러워하면서 속으로는 불쌍하다고 조롱했을 것이다.
완벽한 줄 알았던 한 '부부의 세계'는 사실 거짓과 위선 위에 쌓아진 모래성 같은 것이었고, 결국 이를 자각하고 만 선우의 행보가 궁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모완일 PD의 전작이 '미스티'라고 하는데, 어쩐지 그때의 그 쫄깃찌릿한 감각을 이번에도 잘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끈적성인불륜스릴러에 최적화된 연출인 것 같다.
사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BBC에서 시즌2까지 방영한 '닥터 포스터(Doctor Foster)'가 원작이다. 5회씩 각 2시즌에 걸쳐 방영되었으며, 시즌3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1시즌이 2015년, 2시즌이 2017년에 방영된 걸 보니 3시즌이 올해 안에 방영이 되긴 하는걸까 싶다. 원작은 어떤지 '닥터 포스터'와 '부부의 세계'를 비교하면서 보고 싶은데, 아쉽게도 넷플릭스에서는 볼 수가 없다. 대신 왓챠 플레이어에는 올라와 있다고 하니, 원작이 궁금한 분들은 왓챠로 보시길....
일단 기본 줄거리만 봤을 때는 '부부의 세계'가 원작 '닥터 포스터'의 1,2회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부부의 세계'가 총 몇 부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원작이 1,2시즌 합쳐 총 10회밖에 되지 않고, 보통 한국 드라마가 16부작인걸 감안하면 원작의 내용외에 세부적으로 추가된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닥터 포스트' 2시즌이 매우 찝찝하게 끝났다는 스포와 3시즌 제작 결정에 따르면 원작에서는 제대로 된 결말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부부의 세계'는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더욱 궁금하다.
일단 원작 '닥터 포스터'의 3회 줄거리를 '부부의 세계'가 그대로 따라간다면 선우와 제혁이 의도치 않게 잠자리를 하게 된다는 건데....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다. 과연 한국 드라마에 해당 에피소드가 그대로 들어갈 것인가.
원작의 제목이 주인공 젬마에 맞춰진 '닥터 포스터'인데 반해 JTBC 금토드라마는 '부부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제목에서부터 그 외연을 확장했다. 주인공 선우뿐만 아니라 그녀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구축하고 있던 세계 그 자체를 중심에 놓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부부의 세계'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고 공감되는 것 같다. 실제로 제목이 '의사 지선우' 였으면 뭔가 드라마의 분위기 자체가 확 떨어져 보였을 것 같다.
또 제목이 가리키는 '부부의 세계'가 꼭 선우 부부만이 아닌 제혁과 예림, 병규와 효정 등 각 부부의 개별적 세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싶어 다른 두 부부에 대한 에피소드를 어떤 형식으로 풀어나갈지 관심 있게 지켜볼 예정이다.
원래 감질나게 기다렸다 보는 거 싫어해서 드라마는 완결 나면 몰아서 보는 걸 선호했는데, 이렇게 처음부터 시선을 확 잡아끄는 드라마를 만났으니, 앞으로는 여지없이 본방사수를 해야 한다. '닥터 포스터'로 예습이라도 하게 넷플릭스에 올라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BBC도 얼른 3시즌 제작해서 방영하고......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무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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