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행 취소, 그린델발트 샬레 예약 취소 중 - 매우 험난...
코로나19로 비행기 취소, 결국 여행이 전면 취소되고 숙소 및 현지 교통 취소에 들어갔다. 원래 예약했던 숙소는 스위스 4곳, 오스트리아 3곳. 다행히 무료 취소 가능 조건으로 예약한 것들이라 6곳은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받을 수 있었다.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에어비앤비는 이전 포스트에 상세히 적었고,
결과적으로 서비스 수수료도 환불받으면서 전액 취소가 되었다.
그리고 남은 한 곳.
스위스 그린델발트는 지난 2번의 스위스 여행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하던 곳이기도 했고, 이번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빠지면 안 된다는 밍씨의 강력 주장에 3박을 예약해 뒀었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Charlet Stieregg
스위스 샬레는 한국으로 치면 개인 펜션같은 곳으로 스위스 전통 가옥 형태의 현지 가정에서 숙박할 수 있어 최근 개인 여행자들에게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 거의 별채 형식으로 되어 있고 당연히 주방 시설도 이용할 수 있어 우리에겐 더없이 좋은 곳.
그린델발트에는 생각보다 많은 샬레가 운영되고 있고, 그중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몇 곳이 있다. 예를 들면, 1년 전에 예약해야 한다는 앨리스 할머니네가 있겠다.
Charlet Stieregg는 앨리스 할머니네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샬레이고, 더욱이 2년 전 여행에서 우리 부부는 이미 3박을 했었기에 이번에도 이곳에서 숙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년 전 예약할 때도 나름 고생하며 예약했던 이 곳.
https://blog.naver.com/msdlrs/221336926382
2018 여름 휴가 - 숙소 예약
항공권을 끊었으니, 이제는 숙소 결정의 시간. 2015년 신혼여행으로 갔을 때는 11월이라, 스위스는 비수기...
blog.naver.com
사실 이때도 예약하면서 살짝 꽁기꽁기하긴 했는데 (개인 메일로 안된다고 하더니, 더 비싼 에어비앤비로는 바로 예약 수락....) 7월 초 성수기에 접어들던 때라 샬레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고, 검증되지 않은 곳보다는 한국인 후기 있는 곳이 낫다는 생각에 숙박을 결정했던 거였다.
결과적으로는 숙소도 깨끗하고 즐겁게 지내다 와서 이번 여행에서도 다시 묶기로 한 거지만...
4월 비수기라 그런지 가격도 더 저렴해지고, 메일 문의에도 바로 예약 가능하다고 답변이 왔다. 보통 샬레는 현지 지불을 많이 하는데, 여기는 계약서와 함께 페이팔이나 해외 송금으로 계약금을 보내라는 말에 조금 찝찝하긴 했다. 그래도 설마 여행을 못 가게 될 줄은 몰랐지....
일단 보내온 계약서 상에는 환불 불가라거나 환불에 관련된 어떤 언급이 없었고,
페이팔은 구매 후 180일까지 환불 보장을 해 준다고 하고,
설마 여행이 취소될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에,
페이팔로 계약금을 보내고 예약을 확정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여행이 취소되었다.
오히려 유럽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고, 일단 강행하는 걸로 버텨보자, 하던 생각은 항공사에서 취소해주겠다는 공지가 뜨면서 180도 바뀌어 버렸다. 내심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수수료 없이 취소해 준다고 하면 이 핑계로 그냥 다 취소해버릴 텐데, 하면서... 이탈리아에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바로 옆 스위스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스위스에서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어느 곳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어쨌든 여행은 취소되었고, 예약한 숙소들을 취소하면서 샬레 주인인 Beatrice에게도 메일을 보냈다.
'유감스럽지만 코로나 때문에 내 비행기가 취소되었어. 지금 한국으로 운항하는 비행편도 많이 취소되어서 새 항공권을 끊기도 쉽지 않아. 이탈리아에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고, 어디서 감염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야. 나는 이번 여행을 취소하는게 맞다고 생각해. 그래서 이번 숙박 예약을 취소하고 싶어. 정말 미안하지만, 내 상황을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
라고 나름 정중하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지만 돌아온 대답은....
'여행이 취소되어서 유감스러워. 너의 예약은 keep 해 뒀다가 다음에 쓸 수 있게 해줄게.'
왓...?!!!
keep 이라니.... keep 이라니...!
솔직히 이런 대답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메일을 보냈다.
'제안은 고맙지만, 우리가 언제 다시 스위스 여행을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가 없어. 너도 알겠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게다가 이게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야. 그리고 너네 샬레 꽤 유명하잖아. 다음 여행에 공실이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어. 그리고 한국이랑 스위스는 굉장히 멀어. 한국 회사에서 그렇게 긴 휴가를 얻기는 굉장히 힘든 일이고. 우리가 언제 다시 스위스에 갈 수 있을지, 내년 어쩌면 내후년이 될 수도 있어. 나는 그냥 네가 페이팔로 환불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에 대한 답장은 이렇다.
'괜찮아. 내년에 와도 난 항상 welcome 이야. 환불은 안돼. 나도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했었지만, 환불받지 못했어. 심지어 거기는 내년까지 keep 도 안 해준다더라.'
뜬금 자기 하소연 늘어놓는 Beatrice. 보증금 적립 안 해주는 곳도 많은데 자기는 내년에도 쓰게 해 주니 얼마나 관대하냐, 는 숨은 뜻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로
'We have many apartments.'
라는데... 거기 방 2개밖에 없는 거 내가 저번에 가서 다 봤거든요? 어디서 약을....
그냥 다음 여행을 기약해야 하나, 생각하던 차. 페이팔 180일 보증이 떠올랐다. 그래서 열심히 관련 자료를 검색했는데 도무지 나와 같은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해외 구매는 페이팔 통해서 하는 게 안전하다는 건 잘 알겠다. 오배송, 미배송, 물건 하자 등의 경우 페이팔에서 얄짤없이 구매자 보호를 제대로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실물이 있는 게 아닌 숙박 예약. 그리고 결과만 놓고 보자면 내쪽에서의 취소기 때문에 과연 페이팔에서 내 편을 들어줄 것이냐가 문제였다. 코로나로 인한 예외 상황이라 지난 데이터가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일단 분쟁 조정 신청을 하기 전에 고객센터에 먼저 문의해 보기로 했다.
코로나가 여럿 힘들게 하는구나.... 전화 상담이 가장 좋은데 영어 상담만 된다니 전화는 패스....
상담원과 채팅은 아예 비활성화 상태. 결국 영문으로 문의글을 보냈고, 1시간 정도 지나자 거래내역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Transaction ID와 거래 일시, 금액 등을 알려 달라고 해 답신을 보냈다. 그리고 역시나 빠르게 온 답장. Buyer Protection에 해당하고, 180일 이내에 Dispute 걸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의문,
그렇다면 Dispute 걸면 환불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확신이 필요했다. 만약 Dispute와 그다음 단계인 Claim까지 가서도 환불받지 못하면 Beatrice 가 그나마 keep 해 두겠다는 말도 철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담아 페이팔에 재문의를 했다.
페이팔 측에서는 구매자가 Dispute를 걸면 일단 판매자와 구매자가 상호 간에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아 Claim으로 격상되면 그때 페이팔이 개입해서 중재에 들어간다고 한다. 다만 Buyer Protection 은 하나의 장치이며, Claim 시에는 페이팔 쪽에서 양측 상황을 모두 검토해서 환불이 가능한지 아닌지 결정을 내린다고 하니, 100% 환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우려는 이게 실제 물건을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물건을 구매해서 배송이 되지 않거나, 지연되거나 물건에 이상이 있다면 당연히 환불을 해주는 게 맞고, 그때에는 Buyer Protection 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숙박이라는 어찌 보면 무형의 거래물이다. 그리고 판매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취소도 아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이유가 있지만, 페이팔에서 이걸 어디까지 참작해 줄지는 알 수가 없다.
이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다.
1. 페이팔에 Dispute 및 Claim 신청
- Claim 시 페이팔 검토에서 reject 될 위험성 있음. 열 받은 Beatrice가 그나마 제공하겠다던 보증금 적립도 철회해 버릴 수 있음. 다만 Claim으로 격상하면 판매자 계좌가 동결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환불해주는 판매자가 더러 있다고 하니, Claim 상태에서 환불이 이루어질 가능성 있음. 어쩌면 Dispute 과정에서 환불을 해 줄 수도 있음.
2. 보증금 적립을 받아들이고 다음 여행 기약
- 4월 비수기 금액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날짜가 바뀔 경우 숙박 금액을 더 지불해야 할 수도 있음. 다음 여행에서 공실이 있을 거라 보장할 수 없음. 호텔이 아니고, 중간 대행업체가 낀 것도 아니기 때문에 Beatrice 가 먹튀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다음 여행에 공실도 없고, 있더라도 Beatrice 가 모르쇠로 나왔을 때, 페이팔 보증 기간인 180일도 지난 상태라면 그때는 손 쓸 도리가 없음.
일단 2번을 선택할 경우,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계약서를 다시 보내달라고 요구할 생각이긴 하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이번 주는 우선 생각해 본 뒤 결정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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