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커피협회 주관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취득하기
회사를 쉬는 동안, 평소 해보고 싶던 것들을 하나씩 해 보기로 했다. 그중 시작은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하기.
처음에는 구직자 내일 배움 카드를 이용해 국비지원 학원을 다녀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단 내일 배움 카드를 신청하고 받기까지는 시간도 걸리고 꽤 번거로웠다.
고용센터에 가서 카드 신청을 해야 하는데, 미리 학원을 지정해야 하고 카드 사용처를 지정하고 나면 다른 분야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까 바리스타 학원 등록을 위해 내일 배움 카드를 사용하겠다고 하면,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다른 분야, 예를 들면 회계나 컴퓨터 같은 학원 등록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어차피 바리스타 자격증 학원을 가기로 정했기에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학원을 미리 선정해서 계획해야 한다는 게 세상 귀찮은 것....
https://nambu.seoulwomanup.or.kr/nambu
남부여성발전센터
nambu.seoulwomanup.or.kr
그러다가 꼭 내일 배움 카드가 아니라도 집 근처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다가 남부여성발전센터를 알게 되었다. 바리스타 외에도 제과제빵, 포토샵, 회계 등 전문 강좌 외에도 집 반찬 만들기, 커피숍 창업 과정 등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휴관 중...
남부여성발전센터의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은 총 6주로 일주일에 하루 2시간 동안 수업을 한다. 가격은 내일 배움 카드 혜택을 받아 학원에 등록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 그리고 일단 집에서 가깝다. 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고, 걸어가도 25분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다. 주간 과정과 야간 과정이 있는데, 제일 빠른 수강 일정이 야간만 자리가 남아 있어 야간 과정으로 등록 완료. 바리스타 2급 자격증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곳은 몇 곳 되는데, 모두 사단법인이고 국가 공인 자격증은 아니다. 그러므로 실업급여 수급자라면 자격증 시험을 보더라도 구직 활동에 포함되지 않으니, 주의 필요. 나는 구직 활동에 포함되는 줄 알고 실업 인정서 제출했다가 당일 오후에 고용 센터에서 연락받고 급하게 워크넷에서 직업 적성검사를 진행해야 했다.
이와는 별개로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사)한국커피협회의 바리스타 자격증. 남부여성발전센터의 바리스타 2급 자격증 과정도 한국커피협회 시험을 대비해서 개설되었다.
한국커피협회의 바리스타 2급 자격증 과정은 필기와 실기 두 번의 시험으로 진행된다. 필기시험은 문제은행식인데, 객관식 문제에 답안 순서만 변경되어 나오기 때문에 두, 세 번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웬만해선 합격 가능한 수준이다.
나는 예스24에서 구매하며 스프링 제본을 요청했다. 1,500원만 추가하면 일반 책자를 스프링 제본해서 보내주는데, 지하철 같은 데서 접어서 한 면만 보기도 편하고, 책 넘길 때도 구김 없이 확확 젖혀지니 너무 좋고 편했다. 일반 소설책이 아닌 여러 번 봐야 하는 문제집이나 시험 대비서는 추가금 내고 스프링 제본을 신청하면 좋을 것 같다.
첫날 간단한 이론 수업을 마치고 2회 수업부터는 본격적으로 에스프레소 추출 수업을 들었다.
강의실에는 에스프레소 기계와 그라인더 등, 실습 기계가 각각 두 대, 하지만 수강 인원은 최대 인원 16명이다. 내가 수강할 당시 16명 정원이 다 찼고, 끝날 때까지 중간에 실기 합격한 한 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게.... 16명이 기계 두 대로 3시간 동안 실습을 한다는 게 상당히..... 한 시간에 한 번 겨우 기계 만질까 말까. 그리고 아무래도 기계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 그라인더는 자꾸 옆으로 새고, 탬퍼나 포터 필터도 꽤 마모된 상태. 기계의 상태나 노후화는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연습 시간이 가장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수업 시간 전에 미리 가서 개별 연습을 하는 의외의 모범생 모먼트 발생.
에스프레소 추출은 금방 손에 익었는데, 밀크 스티밍이 상당히 어렵다. 이건 에스프레소 추출처럼 순서만 외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손 감각을 익혀야 하는 거라 더더욱 연습에 매진해야 한다. 라떼 아트는 집에서 프렌치 프레스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스티밍은 기계가 꼭 필요하다.
나는 집에 라떼 마스터라는 우유 데우는 기계가 있어 프렌치 프레스 대신 라떼 마스터로 라떼 아트 연습을 했다. 하지만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우유 거품이 너무 많이 생겨서 라떼 아트 하기에 적합한 밀도를 만들기 어렵고, 거품 자체가 금방 분리되고 꺼진다. 그래도 일주일 뒤 수업까지 감각을 잊지 않도록 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강의 일정 중 필기시험 합격. 총 50문제 중 30문제 이상 맞히면 합격인데, 2문제 틀렸다. 공부 시간에 비하면 굉장히 잘 나온 점수다. 문제 은행식이다 보니, 같은 반 수강생들도 무리 없이 다들 합격했고 심지어 50문제를 모두 맞힌 분도 계셨다.
본격적으로 연습 삼매경.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강의 중 마실 수도 있고 집에 가져갈 수도 있다. 텀블러에 담아 가져 간 후 얼음 트레이에 얼려 놓고 에스프레소 얼음에 뜨거운 물 부으면 아메리카노 완성, 홈 카페 갬성 낭낭하게 즐길 수 있다.
바리스타 2급 자격시험에서 카푸치노는 총 네 잔, 라떼 아트 필수다. 원이나 하트 둘 중 하나를 그리면 되는데 아무래도 하트보다는 원이 쉽다. 그런데 원 마저도..... 모양, 크기, 선명도, 두께까지 신경 써서 그려야 하는데 일단 모양 자체를 예쁘게 내기가 쉽지 않았다. 내 경우에는 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거품 빼려고 돌릴 때 우유가 막 튀기도 하고....
거듭된 연습에 그나마 하트 같은 하트가 나오기도 하고... 그런데 문제는 시간. 바리스타 2급 자격 실기 시험은 시간제한이 있다. 아무리 맛있고 예쁜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만들어도 10분 제한 시간을 초과하면 감점, 11분을 넘겨버리면 바로 실격이다. 워낙에 손이 느린 데다 밀크 스티밍과 라떼 아트에 시간이 많이 들어서 10분도 안 바라고 11분 안에만 성공하자는 심정으로 연습했던 것 같다. 점수 산정이 그리 빡빡하지 않다는 강사분의 조언을 받아들여 시간 안에 모양만 나오게 하자, 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실기 시험. 남부여성발전센터의 강의 종료 3주 후에 시험이 있어 그 사이 연습했던 것들을 다 잊을까 봐 걱정이 많았다. 거기다 별도 연습실을 구하기도 어려웠던 상황. 예전에는 바리스타 학원들이 연습비를 받고 연습실 대여를 해주기도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수강생이 아닌 외부인에게는 대여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고민 끝에 강사분이 소속되어 있는 커피협회에 가서 연습을 하기로 했다. 협회가 있는 숙대입구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지만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같이 강의를 들었던 다른 수강생과 함께 연습실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기계 하나를 둘이서 같이 사용했는데,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아서 다음 연습에서는 각자 기계 하나씩 사용했다. 설거지 시간까지 감안해도 1인 1 기계가 훨씬 연습량이 많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 시험 당일까지 엄청 걱정이 많았지만,
어찌어찌 합격. 시험장에서는 난리난리 세상 난리도 아니었다. 너무 긴장해서 손은 달달 떨리고 긴장하니 손목에 힘이 자꾸 들어가서 스티밍 후 거품 빼려고 바닥에 치다가 우유 다 튀고, 완전 멘붕이었다. 그 와중에 테이블 행주로 닦으면 실격될 것 같아 컵 닦는 마른행주로 손을 닦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래야 한다고 해서 한숨 놓기도 하고.
2인 1조로 시험을 보는데, 옆 기계에서 같이 시험 보는 분이 엄청 빨리 하는 것 같아 덩달아 서두르다 보니 밀크 스티밍이 전혀 되지 않았다. 카푸치노는 어찌어찌 원을 그려 넣긴 했는데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모양이 풀어질랑말랑. 그래도 덕분에 10분 종료 알림과 동시에 시연을 끝내서 시간 초과로 인한 감점은 면했다. 그런데 옆 분이 더 늦게 끝났다는 게 함정. 학원마다 가르치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서 시연 순서도 조금씩 다른데 아마도 소리만 듣다 보니, 내가 착각을 하고 옆 분이 카푸치노 서빙에 먼저 들어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중에 보니, 내가 마지막 뒷정리할 때 카푸치노 서빙하셔서 허탈했다. 서두르지 않았으면 라떼 아트 더 잘 그릴 수 있었는데....
그래도 어쨌든 합격이니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거 아니겠나.
바리스타 2급 실기 시험은 기술 평가 50점, 감각 평가 각 25점씩 총 100점 만점인데, 감각 평가를 담당하신 시험관 둘 중 한 분이 놀랍게도 25점 만점을 주셨다. 무슨 기준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나 드디어,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수령했다. 택배라기에 집으로 보내주는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실기 시험장으로 일괄 배송이라 직접 찾으러 가는 거였다. 최장 6개월까지 보관해 준다고 해서 여유 있을 때 가서 받아 왔다.
심플한 레드 케이스에 꽂혀 있는 자격증, 뭔가 있어 보인다.
플라스틱 카드에 뱃지까지. 신경 쓴 티가 많이 나서 들여다보니 괜시리 어깨가 으쓱으쓱.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카드 소지시 음료 할인을 해주는 커피숍도 많다고 하니, 잘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내 경험을 토대로 했을 때,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바로 학원을 등록하지 않고 먼저 필기시험을 보길 권한다. 문제 은행식이라 책만 잘 보면 합격이 쉬워서 굳이 학원에서 수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오로지 시험 합격을 목적으로 한 방법이고, 커피에 대해 더 전문적이고 심도 있게 알고 싶다면 시험과 별개로 학원에서 이론 수업을 듣는 게 좋을 것이다.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그때 실기 시험 접수를 하고 강의에 등록하면 된다. 대부분의 바리스타 학원들이 실기 시험 대비용 1주 단기반이나 2일 속성반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실기 시험 일정에 맞춰서 충분한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면, 시험 접수뿐만 아니라 해당 학원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환경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훨씬 편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어서 자격증 취득하기에 아무래도 더 유리하다.
가격적인 부분은 학원보다는 남부여성발전센터에서 준비한 게 더 저렴했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 같다. 일단 강의료는 남부여성발전센터가 더 싸지만, 수업 첫날 강사분에게 별도로 재료비를 납부한다. 연습실은 학원 수강생은 대여료는 들지 않지만, 원두나 우유와 같은 재료비는 학원에서도 받고 있기 때문에 역시 차이가 크지는 않다. 대신 학원 수강생일 경우 연습실 확보와 실기 시험 접수가 쉽기 때문에 이왕이면 집에서 가까운 학원을 등록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열심히 취득한 바리스타 2급 자격증. 하지만 나는 시험 끝나고 위염이 도져서 카페인 자제중이라는게 함정. 커피 안 마시는 바리스타라니,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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